








벤 케노비는 문득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느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그저 모래뿐인
타투인의 광활한 사막에서 무슨 보람 따위를 찾을 수 있을까. 발끝에 걸린 까만 돌멩이를 무심코 걷어찼다. 힘차게 날아간 돌멩이는 몇 번 모래와 부딪히며 속력을 잃어 결국 어느 모래더미 위에 덩그러니 멈춰서버렸다. 마치 지금의 그처럼.
물론 벤에게는 그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임무 아닌 임무가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받아냈던 아기 루크는 그의 비밀스러운 수호 아래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났다. 금발을 찰랑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를 멀리서나마 보고있자니 똑같이 금발이었던 또 다른 아이가 떠올랐다. 루크마저 다크 사이드에 넘겨줄 수는... 쓰라린 기억이 더 구체적인 형태를 이루기 전에, 벤은 거세게 고개를 저어 상념을 떨쳐내려 했다. 무념무상을 소망하며 벤은 크게,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평생의 습관이 된 명상조차도 (마음을 놓아버린) 지금의 그에게는 아무 소용없었다. 마음이 마구 날뛰었다. 그다지 먹은 게 없으니 체한 것도 아닐 텐데 가슴 속이 영 답답했다. 그리고 타는 듯한 갈증이 이어졌다. 수분 농장에서 모아온 물을 아무리 마셔도 전혀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었다. 물이 흘러넘친 입가를 거칠게 훔쳐내며 이내 벤은 이 느낌이 그저 갈증일 리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것은 미처 해소하지 못한 내 감정의 잔재이다. 한숨이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그리했겠지. 그 어느 것도 선택은 자신의 몫이 아니었다.
운명을 마주함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무력함에 헛웃음만 났다. 오, 포스시여.
살아있기에 근근이 이어지는 삶이 자그마치 8년째였다. 스릴 없이 반복되는 삶은 그를 지치게 했다. 무관심하게 내리쬘 뿐인 두 개의 태양이 내심 원망스러웠다. 작열하는 햇볕에 남은 희망마저 타버리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벤은 가만히 권태에 자신을 맡겼다.
무시할수록 더 많은 추억이 떠올랐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과연 추억이라 정의해도 될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부의 호수를 기억한다. 녹음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광경 속에서, 벤,
아니, 오비완 케노비는 혼자가 아니었다. 오비완의 하나뿐인 마스터, 콰이곤 진을 모든 것의 시작이라 불러도 반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슬픔을 담은 듯한 미소가 입가에 자연스레 걸렸다.
제다이 중의 제다이라 불렸던 오비완은 당연히 파다완 시절에도 한결같았다. 제다이 코드를 신념으로 삼아 늘 엇나가지 않도록 행동했다. 단언하건대 포스는 그의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오비완은 한평생 가장 중요한 하나의 코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느 순간부터 콰이곤을 사랑하고 있었다. 제 마스터를 향한 애착은 날이 갈수록 크기를 키워갔다. 어떤 수를 써도 콰이곤에게 이끌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온 마음을 잔뜩 채우다 못해 이제 넘쳐흐르려는 애착을 숨기기 위해 그는 이중생활이나 다름없는 삶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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